부동산 PF 얼마나 심각할까,
나는 신입때 경공매 매입 담당자였는데,
2014년에 망한 사업장 경공매로 나온거 싼 값에 줍줍하는 일을 했다.
사실 아직도 업계 종사하는 지인들이 많아 이런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냥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 숲에 소리치는 것처럼
어딘가에 써놔야 마음이 후련할 것 같다.
시행업계 약 7년간 종사했던 내 경험으로 말해보자면,
부동산 PF 는 Project Financing,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위해 자금조달을 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시행사는 토지 매입단계에서 브릿지론을 일으켜 토지를 구입하고,
인허가 후 착공단계에서 PF로 브릿지론을 끄고 시공사가 투입되어 공사를 하고,
준공단계에서 담보대출로 넘어가며 PF를 끈다.
보통 시행사는 Full leverage 사업이다.
자본이 많이 들기도 하고,
다들 투자에 바삭한 사람들이라 자본 최소화, 이익 극대화를 원하는 플레이어들이 모인 판이라 그렇다.
통상 PF는 총사업비의 70~80% 수준을 조달하는데,
이익 20%를 남기는 것으로 목표했을 때,
원가 80%의 80%가 대출이니 대략 64% 되겠다.
목표 매출의 64%는 대출이란 말이다.
여기에서 경우의 수를 들어보자.
1. 목표매출을 도달하지 못한다면? 어느 정도까지 도달하지 못해도 괜찮을까?
목표매출의 80%를 달성하면 원가 털고 0남는 사업.
토지작업부터 사업기간 대략 3~4년 잡으면 그 기간동안 봉사했다고 볼 수 있다.
목표매출의 64% 달성하면? 은행 다 주고 자본잠식
본전치기라도 하려면 80%는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
쉽게 아파트로 이야기하자면
10억짜리 미분양나면 최소 8억에는 털어야 본전치기.
인근 시장 박살나서 8억도 못주우면 자본손실. 경공매에서 만날 수 있을 것.
6.4억 미만으로 돌아가면 대출해준 금융권에도 손해가 돌아가므로 금융위기
2. 금리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PF 1000억이라 하더라도
캐피탈콜 형식으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으니
실질적으로 1000억 * 2년 * 금리 = 이자 로 보기에 무리가 있으나,
대락 그 금액의 절반이라고 가정해보자.
저금리 시절 )
1000억 * 2년(공기) * 금리 4% /2 = 40억 이자
현재??? )
일단 조달이 안된다.
미쳐환장하겠지만 뭐 12%로 받았다 치자.
3배니까 = 120억 이자
1000억 대출이 원가 64%일테니 총 사업비 1562억 가정
원래 총사업비의 2.5% 정도였다면 (통상 이보다 낮은 경우가 많음)
원가가 5%정도 늘었다.
원가 85% 사업이니 기존 목표 매출 달성하면 15% 남는다.
-----> 15% 떨어지면 남는 거 없음
3. 공사비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기존 평당 500만원 -> 현재 20% 상승해서 평당 600만원이라고 가정 (체감상 더 올랐다)
땅값에 따라 공사비 비중은 워낙 편차가 크지만
1562억 중 대략 공사비 50% 가정
781억 공사비 -> 937억 공사비로 156억 상승
아직 도급계약 안찍은 경우
원가 156억, 10% 상승해서 총 원가 1718억
원가 90% 사업이니 기존 목표 매출 달성하면 10% 남는다.
다시 말하면 10% 가격 떨어지면 남는거 없음
4. 금리와 공사비가 같이 올랐다면??????
맞다.
현재상황이다.
한마디로 노답이다.
이건 아직 시공사 못구했고 PF조달 못한 시행사인 경우다.
다시 말하지만 노답이다.
노답인 이유?
1. 총사업비가 토지계약할 때보다 15~20% 올랐다.
1500억 원가 사업인 줄 알고 300억 들고 시작했는데,
1800억짜리 사업이지롱, 시장에서 이러고 있고
2. 자금조달이 안된다. 자금조달 할만한 충분한 자본도 없다. 대출 끌 여력도 없다.
그럼 최소 총사업비 20%인 360억은 필요한데,
지금 시장상황이 안좋아서 360억 있어도 도장 안찍어준단다.
그만하고 싶지만 이미 750억짜리 토지는 사놨고, 675억 대출은 받아놨으며, 내돈 75억 이미 투입되어있다.
통상 브릿지론은 PF보다 금리가 높다.
착공 못하는 기간동안 브릿지론 이자는 불고,
브릿지론 대출해준 금융기간은 만기가 돌아오면서 내 돈 갚으라고 난리다.
3. 토지 상태로 안팔린다.
토지상태로 되팔까 싶지만,
이기간에 사주는 사람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사면초가다.
지금 끔찍한 이야기 쉽게 하는거다.
팔려면 굉장히 싼 가격에 내놔야하겠지만
750억짜리 675억 이하에 팔면 당장 내 75억 날린다.
그나마도 최근에 산 금액이라면 비싼 금액이라 675억에도 살사람 없다.
이런 사업은 곧 빠그라지고 미래에 경공매에서 만난다.
4. 분양이 안된다.
어떻게 주변에 많은 도움으로 착공을 했다고 치자.
내 목표 매출 금액 도달이 안된다.
안된다.
분양받은 사람들도 대출을 일으켜 사야하는데 금리가 굉장히 높아져 눈을 낮췄다.
개중에 너무 좋은 상품이라던가
옛날에 산 땅이라 싼값에 분양한다던가
현금부자들이 올에쿼티로 턱턱 사고 싶은 상품이라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매우 소수의 이야기다.
결론
역사는 반복된다.
나는 투자시장에서 그러한 흐름을 많이 느낀다.
역사적으로 늘 투자 호황과 불황은 반복되었고
그 시기에서 호황기에 무모하게 도전했던 사람들은 늘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러한 위기 속에 새로운 세력들이 급부상한다.
늘 그랬다.
이번엔 어떤 회사들이 무너지고,
어떤 회사들이 다크호스로 등장할까?
혹독한 시기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차리고 잘 지켜봐야겠다.